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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를 풀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임의로 설정된 가격 기준을 넘는다는 이유로 재산의 담보대출을 아예 못 받게 하는 비합리적인 제도를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라고 하는데요. 주택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제도의 전반적 개편 혹은 조정대상지역 추가 해제 등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은 추석 연휴 직후에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에서 발표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는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꼽힙니다. 당시 과열된 부동산 투자심리를 억누르겠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못 잡고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만 없애는 결과를 초래했으니까요.

 

게다가 공시가격은 말도 못하게 높아졌는데 대출 없이 15억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현금 부자’에게만 서울 강남 등지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준 꼴이 돼 버렸죠.

 

뿐인가요...

경매시장 역시 현금부자들만 신나게 만들어놓은 꼴이 됐구요.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인해 이 제도의 위헌소송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LTV 상한을 지역과 집값에 관계없이 70%를 적용하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15억원 대출 제한도 함께 풀리지만, 정부는 지난 6월 경제정책방향에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 LTV 80%를 일괄 적용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데 그쳤습니다. 부동산 경기 과열 우려로 다른 주택 구입자는 대출 제한을 아직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 선회를 하게 된 배경에는 역시나 부동산시장 침체 심화와 기준금리의 연이은 인상에 있죠.

 

15억원 대출 제한을 풀어도 부동산 투기심리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졌으니까요. 금리 인상으로 큰 금액을 대출받는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죠.

 

지난 5월 3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주택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LTV를 지역과 상관없이 70%로 단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LTV 상한을 일괄적으로 70%로 적용하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는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발표 며칠 뒤 유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인수위는 LTV 일괄 70% 적용 정책 도입 시기를 2023년 이후로 못 박았습니다.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담보대출을 금지한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은 이 제도가 합리적이지 않은 데다 현시점에서 이를 유지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이전 정부에서는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해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9년 12월 당시 서울 전용면적 85㎡ 초과 대형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 시세는 14억7934만원이었지만, 2년 뒤인 지난해 11월엔 18억7824만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수요가 많은 15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역시 급격히 오르는 부작용도 발생했구요. 대출로 발생한 유동성이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발생한 현상이죠.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를 원하거나 거주 지역을 바꾸고 싶어 하는 1주택자의 거주 이전 자유를 침해한 규제라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전세 세입자에게 내줄 보증금을 마련할 방도가 없어 본인 명의의 집에 입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전세퇴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금융을 이용하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15억원 대출 금지 제도 폐지 외에 다른 대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 지역 범위를 줄이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정부는 6월 6개 시·군·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고, 11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풀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구요.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추가로 규제 지역 재조정을 검토해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