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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7,542가구(전체 가구 수 기준)로 집계됐습니다.

 

올초만 해도 서울에 4만8,589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중 15%가량만 분양된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분양 예고 물량이 2만 가구가량 남아있지만 시장 상황이 불안정해 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분양은 박근혜 정부가 인허가한 물량이 쏟아진 2017년 4만 가구를 넘긴 후 2018~2020년 절반 수준인 2만 가구 안팎으로 줄었습니다. 작년에는 분양 물량이 5,672가구에 그치며 최악의 공급난을 겪었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에게 배정되는 물량을 뺀 일반분양분은 아예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라고 합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서울에서 나온 일반분양 물량은 2,128가구. 지금 추세라면 작년 일반분양분(2931가구)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초만 해도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형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분양 계획이 연달아 어그러지면서 공급이 급감했습니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1만2,032가구)의 상반기 분양이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에 따른 공사 중단으로 무산된 탓이 컸습니다.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됐던 동대문구 이문동 일대 재개발은 애초 상반기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연거푸 연기된 끝에 해를 넘길 전망이고요. 작년 8월 착공한 이문1구역(래미안라그란데 3,069가구)은 분양가 산정 문제로 올가을 분양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이문3구역(4,321가구)은 시공사 교체 요구가 불거진 탓에 분양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이정도 되면 재개발 호재를 노렸던 투자자들도 애가 탈 지경이겠는데요.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끌었던 서초구 반포동 한신15차(래미안원펜타스 641가구)는 조합과 옛 시공사 간 소송으로 분양이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입니다. 성북구 장위4구역, 은평구 역촌1구역은 각각 상반기와 8월에서 11월로 분양을 늦췄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정비업계 관측입니다.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은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 와중에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등 재건축·재개발의 발목을 잡는 규제까지 겹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선 급등한 자재 가격 상승분을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조합은 재건축초과이익 부담 탓에 ‘일단 기다려 보자’며 분양 일정을 계속 미루고 있거든요.

 

정비업계에선 서울의 아파트 공급 가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 실적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올 1~8월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3만1,055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5만638가구)보다 38.7% 감소했습니다. 이 물량이 입주하려면 최소한 2~3년은 걸릴 텐데요.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0년 4만5,868가구이던 서울 입주 아파트는 올해 2만3,593가구로 줄고, 2024년엔 1만2,573가구로 축소될 전망입니다.

 

공급 없는 주택시장안정정책, 가능할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