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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뮤지컬 <시디즈; 잊혀질 권리>는 6월 22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시디즈>는 6월 21일과 22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공연한다. 실존 인물 윌리엄 시디즈의 삶을 바탕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디지털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면서 누군가에게는 기억되고 싶지만 누군가에게는 잊혀지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을 갖게 되는 감정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2025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시디즈: 잊혀질 권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실존 인물 윌리엄 시디스의 삶을 바탕으로 한 이 창작뮤지컬은 단순한 전기적 서사가 아니라, 정보 과잉 사회 속 개인의 권리, 즉 ‘잊혀질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익숙한 듯 낯선 이 인물의 삶은,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질문을 무대 위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게 합니다.

 

하버드 최연소 천재, 하지만 그 이름을 지우고 싶었던 남자

윌리엄 제임스 시디스. 189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8세에 이미 수개 국어를 읽고 쓰며 수학 능력은 대학 수준을 넘어섰고, 11세에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세기의 천재’로 불렸습니다. 그를 소개하는 기사들은 대서특필되었고, 당시 사회는 어린 시디스를 일종의 '국민 스타'처럼 소비했습니다.

 

하지만 시디스는 단 한 번도 스스로 그런 조명을 원한 적이 없었습니다. 언론의 관심은 곧 압박이 되었고, 그의 인간적인 삶은 점점 침식되었습니다. 결국 시디스는 이름을 바꾸고, 자신을 숨기며 살아갑니다. 그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잊혀질 권리가 있다." 뮤지컬 〈시디스〉는 이 문장에서 시작합니다. 한 인물이 왜 스스로를 세상에서 지우고 싶어 했는지, 그 안에 담긴 외로움, 고뇌, 두려움, 그리고 시대의 무게를 진지하게 따라갑니다.

 

'잊혀질 권리'라는 개념을 무대 위에 끌어올리다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는 본래 21세기 들어 유럽연합(EU)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논의되기 시작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윌리엄 시디스는 이미 20세기 초, 언론과 사회의 지나친 관심에 맞서 이 권리를 외쳤습니다.

작품은 이 시대적 아이러니를 탁월하게 포착해 무대 위로 옮깁니다. ‘천재’라는 타이틀 뒤에 감춰진 인간의 외로움, 주목받는 것과 지켜지는 것 사이의 간극, 그리고 사회가 타인의 삶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질문하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무대는 단순히 시디스의 개인사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지금의 우리 – 끊임없이 노출되고 판단받는 사회 속 인간 – 에게 "당신은 괜찮냐"고 묻습니다.

 

유진과 프랭크, 시디스를 둘러싼 두 개의 시선

이 작품이 빛나는 이유는 극적 구성이 매우 입체적이기 때문입니다. 시디스는 단순히 세상의 관심을 피해 숨으려는 인물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기자 유진과 친구 프랭크의 대립은 갈등의 축이 됩니다.

  • 유진은 언론인으로서 시디스를 다시 세상 앞에 드러내려 합니다. ‘잊혀진 천재’라는 스토리는 너무도 매력적이고, 대중이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그는 기록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 프랭크는 시디스의 유일한 친구이자 지지자입니다. 그는 시디스가 고요하게 살아가길 바라며, 유진을 향해 "그의 삶을 상품으로 만들지 말라"고 외칩니다.

이 두 인물의 충돌은, 바로 오늘날 우리가 겪는 언론과 사생활의 갈등을 상징합니다. 작품은 명쾌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관객에게 질문을 넘깁니다. "우리는 과연 타인의 삶에 어디까지 접근해도 되는가?"

 

창작진과 배우, 완성도를 높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 아닙니다. 완성도 높은 음악과 연출,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을 가졌습니다.

  • 극본: 이진원 (2016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수상)
  • 작곡: 강소연 (‘로빈’, ‘비하인드 더 문’ 작곡)
  • 연출: 심설인 (‘킹키부츠’, ‘비틀쥬스’ 연출)
  • 안무: 한선천 (현대무용가)

출연진

  • 윌리엄 시디스 역 – 신재범 (‘렛미플라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
  • 유진 역 – 남민우 (‘난쟁이들’, 드라마 ‘신병3’)
  • 프랭크 역 – 신석수 (‘레미제라블’, ‘킹키부츠’)

이들은 시디스의 삶을 단지 연기하는 것을 넘어서 진심으로 살아내며, 관객에게 생생한 감정의 울림을 전달합니다.

 

공연 정보 및 예매 안내

  • 공연명: 뮤지컬 〈시디스: 잊혀질 권리〉
  • 일정: 2025년 6월 21일(토) 15:00 / 19:00, 6월 22일(일) 14:00 / 18:00
  • 장소: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 관람연령: 초등학생 이상
  • 티켓가격: 전석 45,000원
  • 러닝타임: 약 120분
  • 예매처: NOL티켓 (구 인터파크 티켓) 단독 판매

좌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기 매진이 예상됩니다. 특히 주말 낮 공연은 가족 단위 관객에게 인기가 높아, 빠른 예매를 권장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기억되고 싶고, 잊혀지고 싶다

뮤지컬 〈시디스: 잊혀질 권리〉는 그저 한 인물의 전기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모든 시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맞는가?” “세상의 관심은 언제부터 나에게 고통이 되었는가?”

디지털 정보가 영원히 남는 시대, SNS를 통해 일상이 전시되는 지금, 이 작품은 우리가 평범하게 느끼는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공적인 공간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경계, 그리고 잊혀지는 것을 존중하는 태도. 이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다움’이 가능해지는 게 아닐까요? 뮤지컬 〈시디스〉는 그런 ‘잊혀질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2025년 가장 울림 있는  창작뮤지컬이 될 것입니다.